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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장소에 모인 많은 요괴들은 잠잠한 신사 안을 보며 웅성댔다.

 

신사 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조용했고, 잠잠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신사 안을 울리는 굉음에 요괴들은 귀를 싸매 쥐었다.

어느 정도 지속되던 굉음은 점차 잦아들었고, 닫았던 귀를 연 요괴들의 귀에 누군지 모를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러분들이 계속 이 신사를 가꿔주었던 요괴들인가요"

 

어안이 벙벙한 요괴들은 말조차 꺼내지 못한 채 다들 고개를 끄덕였고, 여성의 목소리는 귀엽다는 듯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이 이 신사를 가꿔주어서 저는 저 위쪽에서도 잘 지낼 수 있었답니다. 보답을 하고 싶은데.... 인간이 되고 싶다는 게 여러분들의 소원, 맞죠? "

 

긴장이 풀린 요괴들은 그제야 하나 둘 짧고 길게 대답을 했다.

 

잠시 뜸을 들이던 여성의 목소리는 이내 다시 말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본론을 말하자면 제가 여러분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데는 하나의 대가가 필요해요. 그것은 각자에게 다 의미의 무게가 다를 수도 있고요. "

 

뜸을 들이는 여성의 목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갸웃하던 요괴들은 이내 이어지는 여성의 목소리를 다시 경청했다.

 

 

 

"대가는 바로 여러분들이 요괴일 때 겪은 모든 일들입니다.

여러분이 인간이 되는 데에는 여러분들이 요괴였던 기억들이 필요해요.

 

요괴로 태어난 그 순간부터 지금 저를 만난 이 순간까지요.

지금 여기서 맺은 인연을 모두 잊어버리게 됩니다. "

 

 

 

웅성거리던 요괴들은 일제히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해졌고, 그곳엔 정적만이 남았다.

 

 

"물론 여러분이 다 같이 하나의 선택지를 선택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가 자신이 갈 길을 선택하는 거예요. "

 

 

요괴들은 각자 결심한 듯 주먹을 꽉 쥐거나, 혹은 한숨을 쉬며 머리를 매만지는 등의 주저하는 행동을 했다.

그리고 여성의 목소리가 끝내 그들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말을 내뱉었다.

 

 

"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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